[유아그림책-떼쓰는 아이]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_박연철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떼쓰는 아이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_박연철

 
부모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주 단순한 진실이 있다. 아이들은 말을 안 듣기 마련이라는 것. 옳고 그람도 모르고, 길게 바라보고 생각할 줄도 모르지만 아이도 한 인간인 이상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다. 부모는 말을 안 듣기 마련인 아이에게 상처를 덜 주며 끌고 갈 의무가 있다. 그러니 어렵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부모에겐 압박감이 있다. 나쁜 것은 빨리 고쳐 주고 싶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압박감. 내 자식이 아니라면 생길 여유가 내 아이 앞에선 사라진다. 사랑하기 때문이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망태-할아버지가-온다-박연철

그림책은 첫 장면부터 만만치 않다.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환상 속의 세계가 아이들을 긴장시킨다. 새장에 갇힌 아이, 입을 실로 꿰맨 아이. 박연철은 콜라주와 판화 기법으로 망태 할아버지라는 대상이 지닌 공포를 더욱 자극한다. 팔다리와 얼굴은 환상 속이기에 마음대로 길어지고 커진다. 그러나 그 내용만큼은 매우 현실적이다. 아이들이 볼 때 모든 기준은 부모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대로 판단한다. 아이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일단 거짓말쟁이로 몰고, 맛난 사탕을 두고 굳이 밥을 먹으라 한다. 부모는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자기한테는 일찍 자라고 성화다. 부당하다고 따지면 부모는 협박한다. "자꾸 그러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마지막 장면, 아이의 눈이 엄마의 등을 올려다본다. 엄마 등에 찍힌 망태 할아버지의 '착한 아이'도장. '그러면 엄마가 잡혀갔던 것은 꿈이 아닌 건가? 엄마는 망태 할아버지에게 잡혀갔었고, 그래서 착한 엄마로 거듭나 지금 나를 안아 주는 건가? 그렇다면 망태 할아버지는 존재한다는 건데.....

 

저항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두려움의 본질은  사랑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사랑받지 못하고 부모가 나를 떠날 수 있다는 불안이다.아이는 부모를 미워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의 내면에는 맘대로 하고 싶은 욕구와 그것을 억누르는 부모에 대한 미움이 한편에 있고, 그런 미움 때문에 부모가 자기를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한편에 있다. 그 두려움은 현실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정말로 부모가 날 주워 왔을지 모른다, 언젠가 나를 두고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기 마련이다. 두려움을 내면에 담아 두기에는 아이의 마음이 아직 너무 약하다. 그래서 밖으로 던진다. 말도 안되는 떼를 쓰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잔뜩 접을 먹기도 한다. 그것이 부모를 오히려 힘들게 하지만 자기도 어쩔 수 없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은 얻기로 참으며 부모의 말을 받아들인다.
 
아무리 부모가 미워도 아이에게 부모는 절대적이다. 아이는 부모와 헤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이는 화해를 바란다. 아이는 자기와 다른 부모를 조금씩 받아들이며 자란다. 그때 부모가 일방적이지 않다면 아이데겐 행운이다. 강렬한 공포심, 묵직하게 마음을 누르는 불안감 없이도 부모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망태 할아버지가 없더라고 아이는 착한 아이가 될 수 있다. 다만 그 착한 아이가 부모에게 편한 아이는 아닐지 모른다. 부모가 기억할 것은 아이의 의자도, 침대도, 옷도 아니라는 것. 부모에게 편하다고 결코 좋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내 아이다.
 
 
육아로 힘든 부모님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글은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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