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유아발달_놀이를 통한 반복과 학습
같은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순간 아이의 뇌에서 비로소 의미 있는 연결이 이루어진다. 충분히 반복되지 않은 자극은 그냥 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재미나 기분 좋은 느낌을 통해 반복을 '스스로' 찾고 즐기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는 점이다.
두드려 보아요
「두드려 보아요」는 유아들이 어떻게 그림책을 갖고 노는지 알지 못했다면 만들 수 없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책이 아니다. 하나의 장난감이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기보다는 그림책과 함께 놀고 싶어 한다. 티드홀름은 현명하게도 그림책의 한 면을 텅 비우고는 손잡이를 그려 넣어 문으로 만들었다. 그 면을 볼 때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문을 두드리게 된다. 똑똑, 문이 열리듯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문 안의 방이 나온다. 파랑, 빨강, 초록, 노랑, 하양 문을 차례로 열 때마다 방 안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놀이도 하고 식사도 하고 잠잘 준비도 하고 있다.
재미와 즐거움이 있을 때 아이는 스스로 발전을 향해 나아간다.
유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은 대개 반복을 기본 얼개로 삼고 있다. 아이들 노래가 길지 않은 멜로디에 가사만 조금씩 바꿔가며 반복되듯 아이들의 그림책도 서너 장의 그림을 단위로 비슷한 내용이 변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구조 위에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동물과 가족이 등장하고, 아이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쉽고 선명한 그림이 있다면 유아들은 호감을 느낀다. 물론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와 함께 그림책을 볼 때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재미의 요소가 포함되지 않은 그림책에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물론 그 재미란 어른들이 느끼는 재미와는 사뭇 차이가 난다. 그야말로 아이 수준의 재미다. 여기에 더해 부모도 아이와 함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면 그야말로 좋은 그림책이다.
사과가 쿵!
하늘에서 큰 사과가 쿵 떨어진다. 그 사과를 개미와 나비, 벌과 애벌레 등 곤충이 먼저 먹고, 토끼와 너구리, 여우와 돼지가 먹고, 마침내 사자와 곰, 코끼리와 기린처럼 큰 동물도 나눠 먹는다. 그런데도 사과는 남아있다. 비가 오자 가운데만 파먹은 사과의 남아 있는 윗부분을 우산 삼아 모두가 비를 피한다.
먹어도 먹어도 사라지지 않고 비가 오면 나를 감싸서 지켜 줄 사과. 아이들은 그런 사과가 갖고 싶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두더지다. 다른 동물들은 제 몫을 다 먹고 배가 부르다고 물러나지만 두더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먹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비가 오자 그제야 내려와 기린의 목에 올라탄다. 비는 피하고 싶고 먹는 것은 멈추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 그 상징이 두더지다. 그림책의 시작에서 두더지는 자기도 모르게 모험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이 모험인지도 모른다. 땅을 파고 다니듯 땅 위의 사과도 뚫었을 뿐이다. 그러고는 마음껏 사과를 경험하고 느낀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두더지의 모습, 아이들도 꼭 그렇다.
이 글은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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