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유아발달_몰입과 탐색
아이들은 동시에 여러가지를 생각하지 못한다.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채우면 다른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아이들은 머릿속에 사물의 표상을 하나둘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한 가지에만 깊게 빠져드는 편이 유리하다. 적당함이나 균형은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낸시 태퍼리의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에 나온 아기오리는 살랑살랑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나비에 매혹되어 작은 모험을 시작한다. 나비가 머리에 드어온 이상 엄마가 나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이나 엄마를 못 찾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아예 떠오르지 않는다. 만약 그런 불안이 머리를 채우고 있는 아이라면 모험을 시작하지도 않을 것이다. 두 가지를 같이 할 수는 없는 것이 아가들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적당함이나 균형은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아기들은 이 그림책을 보며 아기 오리에 푹 빠져든다. 자기 모습이나 자기가 하고 싶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진정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엄마 오리 때문이다. 엄마 오리는 연못의 여러 친구들에게 아기 오리를 보았는지 물어보며 열심히 찾아다닌다. 해오라기와 거북, 비버 아저씨에게 아기 오리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고개를 물속에 넣고 아이 오리를 찾는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늘 자기를 주인공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화면 구석에 숨은 아기 오리와 아기 오리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엄마를 보며 희열을 느낀다.
어린아이들은 인지가 확장되는 순간, 쾌감을 느낀다.
이 책은 아기 오리가 어디에 있을지 열심히 찾으려 한다. 그림책은 매 장면마다 구석구석 아기 오리를 숨겨 두고 아이들이 아기 오리를 찾도록 유도한다. 세 돌이 채 안된 아이들은 숨어 있는 것을 찾는 것에 흥미가 많다. 까꿍 놀이에 흥미를 느끼며 반쯤 가려진 것이 원래의 것과 같다는 것을 아는 데 쾌감을 느낀다. 이런 찾기 놀이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시각적 주의력과 집중력이 발달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자연스럽게 수 놀이를 하기에 그만이다. 이제 막 숫자 감각이 생기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아기 오리의 형제들, 물고기들, 뿔논병아리의 새끼들을 세는 것도 재밌는 놀이다. 적잖은 부모들이 공부란 괴로운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들이붓고 강요하는 공부가 괴로울 뿐, 사람은 누구나 원하고 더 잘하게 될 때 즐거워한다.
우리끼리 가자
토끼랑 곰이랑 다람쥐랑 멧돼지랑 너구리랑 족제비랑 노루랑 산양 할아버지에게 옛날이야기를 들으러 가려고 함께 출발한다. 하지만 중간에 하나씩 빠진다. 동물들이 하나씩 빠지면서 이야기가 쌓아 놀라가는 구조, 그 반복의 리듬감에 아이들은 편안해한다. 무엇이 빠졌는지 확인하고, 왜 빠졌는지 이야기를 기억하려 한다. 제각기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무리에서 빠지는 동물들의 모습은 딱 아이들 같다. 아이들은 한 가지 놀이를 하다가도 금방 마음이 변한다. 그건 변덕이 아니다. 더 많은 것을 탐색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집중력이다.
「우리끼리 가자」는 흰색과 검은색, 단 두 가지 색으로도 더없이 풍부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눈 덮인 세상이 그렇다. 잡다한 이야기가 함박눈 속으로 덮이면 우리의 복잡한 마음에도 일순간 평화가 온다. 이 그림책에는 흑백만 존재한다. 오직 연필로만 그린 마른 나뭇가지와 바위와 동물들은 단순하지만 깊다. 하얀 여백으로 표현한 눈 덮인 산은 한없이 따뜻하다. 오랜 관찰을 통해 그려 낸 세밀화의 힘은 대단해서 얼핏 단순해 보이는 자연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과 이야기가 있는지 보여준다.
이 글은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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