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_무라카미 하루키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내가 대학생 때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작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 뜻을 이해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의 일이지만, 당시에도 최소한 그 말은 내게 일종의 위안이 되게는 했다. 완벽한 문장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제일 처음으로 쓴 소설이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1979년 군조신인상을 받아 작가로 데뷔했다. 그 당시의 문단이 모두 이 작품을 좋게 평가하고 따스한 눈길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몇몇 사람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의 소설 양식을 지지하고 격려해 줬지만, 이런 걸 소설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농후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변명할 마음은 없지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아무 생각 없이 쓴 소설이다. 그것이 소설의 장점이기도 하고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런 점은 소설적 태도로는 성립한다. 하지만 소설로는 어딘가 좀 불충분하다. 그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어느 한쪽만 언급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출판된 후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소설이라면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이 작품이 소설로 통용된다면 누구나 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적어도, 그런 말을 한 사람 어느 누구도 소설을 쓰지 않았다. 아마 써야 할 필연성이 없었던 것이리라. 필연성이 없으면 가령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해도 아무도 소설 따윈 쓰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썼다. 그것은 역시 내 안에 그럴 만한 필연성이 존재했다는 뜻이리라.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말
제목: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옮긴이: 윤성원
출판사: 문학사상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 이야기는 1970년 8월 8일에 시작해서 18일 뒤, 같은 해 8월 26일에 끝난다.
대학생인 주인공은 친구 '쥐'와 함께 제이스라는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쥐'는 소설가 지망생이고 주인공은 생물학 전공인 학생이다. 언제나처럼 '쥐'라는 친구와 맥주를 마시던 어느 날 제이스바의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낯선 여자를 마주치게 되고, 그 여자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주인공은 우연히 들른 레코드 가게에서 또다시 그녀를 만나게 되고,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도쿄로 돌아가게 되고 한 학기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여자는 이사를 가버린 후였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여름의 향기를 느낀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바다 내음, 먼 기적 소리,
여자의 피부 감촉, 헤어 린스의 레몬 향,
석양 무렵의 바람,
엷은 희망 그리고 여름날의 꿈...
그러나 그것은 마치 어긋난 버린
트레이싱 페이퍼처럼
모든 게 조금씩,
하지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옛날과는 달라져 있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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