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_필로소피 미디엄
직장인들의 열다섯 가지 감정을 읽는 철학자들의 시선
철학용어는 철학적이지 않을 때 가장 철학적 내용을 담는다. 언어의 사용이 그 의미를 규정하듯, 철학적 개념이 학문의 영역을 떠나 일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그 개념이 담고자 했던 삶의 문제가 오롯이 드러난다. 이 책은 현대 직장인들이 처하게 되는 현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이 주제를 사유한 철학자의 관점을 풀어가면서 문제의 속살을 드러내어 해결책을 모색한다. 같은 철학 개념이라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면 다른 의미를 드러낸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이진우 (철학자, 포스텍 명예교수)
당신의 분노는 꼭 필요한 분노인가
중요한 것은 화를 내느냐 안냐느냐가 아니라, 그 분노가 얼마나 합리적이냐다. 사람들은 대부분 유가에서는 분노를 나무라기만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맹자는 분노를 나무라지 않는다. 다만 불합리한 분노를 나무랐을 뿐이다. 그렇다면 불합리한 분노란 무엇인가? 이를 알려면 먼저 의(義)란 무엇인가부터 이해해야 한다. 맹자는 "의는 마땅함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마땅함이란 모든 사람과 사물이 존재해야 할 가장 합리적인 지점이다. 맹자는 분노해야할 기준으로 의를 제시했다. 즉 의가 있는지가 분노의 가치를 결정하고, 어떤 이유로 분노하는지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따라서 분노를 표출하기 전에, 정말 분노할 만한 일인지를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단지 기분이 나쁜 것이라면, 맹자는 그런 분노는 근본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나의 분노가 합리적인지를 돌아보는 것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내적 성찰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기 내면의 상태를 낱낱이 파헤쳐 직면할 때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장악하여, 감정에 휘둘리거나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
p. 213
감정으로 몸을 상하게 하지 말 것
자신감은 내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장자는 무정(無情)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장자가 말하는 정(情)은 외부의 사물을 대할 때 생겨나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무정이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에 해를 입히지 않고, 자연에 순응할 뿐 인위적으로 뭔가를 더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외부의 사물을 내 존재의 근원으로 삼아서는 자신감이 생길 수 없다. 당신은 안티 메이징이 당신 삶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점은 가상적이며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학 있는 것이다. 금전이나 권력으로 얻은 자심감은 더더욱 찰나적이다. 그런 것들은 당신의 마음을 시도 때도 없이 외물에 끌려 다니게 하여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다. 이것은 삶을 손상시키는 것일 뿐이다.
혹은 누군가와 관계를 통해서만 사진감을 얻는다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에 빠져 심신을 소모하게 된다. 그보다는 장자의 '무정'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자신감에 마음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전체를 온전히 바라보는 관점으로 자신을 대하는 법을 배워보자. 그때의 자신감은 허구의 자아팽창이 아니라, 생명의 지혜로 충만한 역량이다.
p. 190-196
목차
● 출근길의 지혜-서양철학
걱정: 직장인의 기본 심리 상태
하이데거_번뇌를 어떻게 초탈할 것인가
불안: 사표,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사르트르_자유와 불안은 한 쌍의 쌍둥이
공포: 출근이 두려운 근본적인 이유
마르크스_블루, 블루 먼데이
부조리: 이 모든 것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
카뮈_월급을 받는 시시포스
혐오: 뜻대로 안 되는 세상을 미워하다
니체_혐오를 벗어나 분노를 동력으로
불평: 나를 이용하려 하지 마
칸트와 파핏_인간의 도구화에 대하여
소진: 당신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들뢰즈_혁명이 필요한 때
● 퇴근길의 사색-동양철학
용기: 진정한 용자는 누구인가
손자_병법으로 보는 지도자의 용기
짜증: 일이 너무 많아 집중이 안 될 때
순자_허일이정이라는 내공 쌓기
잔혹: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다
한비자_스스로를 괴롭히면서까지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자신감: 내가 삶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확고한 감각
장자_정체를 온전히 보라
낙담: 어떤 일이 있어도 나 자신을 잃지 않기
공자_내 가치는 내가 부여한다
분노: 당신의 분노는 합당한가
맹자_분노의 사무실
맹목: 남들이 아닌 당신의 마음을 따르라
왕양명_천리는 우리 마음속에 있다
긍정: 이 험한 세상을 살아 낼 긍정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공자_지자요산, 인자요수
사람의 마음은 쟁반의 물과 같다.
바르게 놓고 움직이지 않도록 하면 지저분하고 탁한 것은 아래로 내려가고, 맑고 밝은 것은 위에 고여 그 불에서 수염과 눈썹, 잔주름까지 보고 살필 수 있게 된다. 제 아무리 탁한 흙탕물도 한쪽에 가만히 놓아두면 흙먼지가 가라 앚으면서 맑은 물만 윗면에 고인다. 사람이 그 물을 내려다보면 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이고, 수면에는 자신의 모습도 또렷하게 비친다.
그러나 바람 같은 외부의 힘이 개입되거나 당신이 쟁반을 흔들어대면, 가라앚아 있던 흙먼지가 떠올라 뒤섞이면서 물은 다시 혼탁해진다. 이때는 당신이 아무리 영화배우나 모델 같은 외모라도 수면에 비친 모습은 사람인지 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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