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징_숲
요즘 아이들에게 숲은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다.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예전의 아이들이라고 해서 숲이 익숙한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도시가 일상적인 공간이 되기 이전에도 숲은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두려움의 공간이었다.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품고 있는 데다, 계절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길을 잘못 들면 어느 곳인지 모를 미궁으로 빠질 수 있는 숲은 아이들에게 모험과 금기의 땅이다.
숲 속에서
주인공 아이는 종이 모자를 쓰고 나팔을 불면서 숲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아이는 여러 동물을 만나고 대화를 나눈 후 동물을 이끌며 계속 숲 속으로 들어간다. 머리를 빗던 사자, 철옷과 신발을 신은 코끼리, 맛난 잼과 땅콩을 든 곰이 아이를 따라 간다. 브레멘의 음악대처럼 숲을 산책하던 아이와 동물들은 숲 속 공터에 둥글게 앉아 함께 놀이를 한다.
이 그림책이 세상에 나온 지는 70년이 지났다. 이 책에는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동물과 놀이가 잔뜩 나온다. 아이는 실은 거대한 동물들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림책에서 아이는 무의식의 공간인 숲으로 들어가 두려움의 대상인 동물과 만나고, 동물들을 자기가 하는 놀이에 참여시킨다.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지켜보면 같은 놀이를 반복하며 자신이 마주치는 두려운 감정을 이겨 내려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꿈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두려움에 압도되어 악몽을 꾸기도 하지만 아이는 또다시 꿈을 꾸며 두려움을 이겨 낸다. 꿈도 놀이도 아이가 자라는 방법이다.
숲을 지나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미래 역시 그렇다. 새롭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찬 공간일수록 위험을 안고 있다. 숲을 가로지르는 길을 지름길이지만 그런 길일수록 가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숲에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 나무는 어느 순간 괴물로 변하고, 어느 순간 또 요정으로 변할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인생은 또 하나의 숲이다. 아이들이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이에게 괴물이 될지, 요정이 될지 모른다.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씩씩하게 숲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어쩌면 아이이기에 그런 용기를 낸다.
숲 속으로
주인공 아이는 숲으로 난 지름길로 걸어간다. 엄마는 멀리 돌아가라고 했지만 아이의 마음은 급하다.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간 아빠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숲의 나무들이 어누 순간 사람으로 변하고 순간 가지를 뻗어 나를 조여 온다. 나무들은 사방에서 나를 보고 음험한 웃음을 터뜨리며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드는 순간 할머니 집을 발견한다. 할머니 집에 오자 다투었던 엄마, 아빠도 화해를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 보낸 케이크는 사실 아빠에게 전하는 엄마의 메시지였다.
숲은 무의식을 상징한다. 무의식은 합리적이지 않고 제멋대로다. 하지만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흔들고,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만들어 낸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 합리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이 역시 자기 마음의 어두운 부분, 가려진 부분을 보는 것은 두렵다. 그곳은 말도 안 되는 것이 말이 되고, 별것 아닌 것이 별것이 되는 통제할 수 없는 곳이다. 아이가 숲에서 만나는 것은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 마음속의 감정이다. 아이는 아픔, 욕심, 외로움, 두려움을 차례로 만난다. 의심이 공포를 극대화하는 순간,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반겨 주는 할머니를 만난다. 아이에게 할머니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받아 주고, 끌어안아 주는 어른이다. 온갖 두려움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아이가 버티려면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온전히 받아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서로 사랑하고 도우려는 순수한 마음이 두려움을 이겨 내는 가장 큰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글은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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