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 문학_어둠의 심연
조셉 콘래드의 1899년 중편소설 《어둠의 심연》은 시대를 앞선 작품이었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진정한 20세기형 최초의 소설이다. 문체는 19세기 후반의 사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20세기 모더니즘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제국주의가 1800년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무차별적으로 자행한 횡포와 약탈을 비판한 최초의 문학 작품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어둠의 심연》은 80쪽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소설로 '그 회사'라고만 소개되는 벨기에의 식민지 무역회사에 취직한 주인공 말로가 회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말로는 벨기에 식민지 콩고로 파견되어 콩고 강 상류의 오지에 위치한 출장사무소까지 가는 증기선의 선장이 된다. 출장사무소는 상아 거래상 커츠가 운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도착하자마자 말로는 다 쓰러져가는 회사의 시설과 인종차별적인 유럽인들이 뻔뻔하게 아프리카 원주민을 착취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콘래드가 그린 콩고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이름이 아닌 총지배인, 회계주임 등 직함으로 불리는 매우 흐릿하고 어두운 세상이다. 강을 거슬러 상류의 외진 곳으로 점점 깊숙히 들어가는 말로는 육체적인 것만큼 심리적으로도 힘든 여정을 겪는다. 오지로 들어갈수록 문명적 요소들은 점점 줄어든다. 말로는 인간 내면의 원시적이고 알려지지 않은 영역과 가까워진다. 한편,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커츠에 대해 알아갈수록 말로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문명화시키려던 커츠의 의도가 아프리카의 어둠과 야만성에 사로잡혀 왜곡되어 있음을 목격한다.
《어둠의 심연》은 이 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 덕분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재설정한 영와에서는 말론 브랜도가 캄보디아 오지에서 위험하게 미쳐가는 미 육군 커츠 대령 역을 맡았다. 영화는 1960년대 문화 운동에 영향을 받은 환각적 음악과 시각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참혹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콘래드 소설의 많은 요소를 보존하고 있다.
콘래드는 폴란드 태생이지만 작품을 모두 영어로 썼다. 콘래드에게 영어는 폴란드어, 프랑스어에 이어 제3국어다.
《어둠의 심연》에서 인간 무의식에 대한 콘래드의 탐구는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기한 이론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오늘날 비평가들은 종종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이 소설을 분석한다.
T.S. 엘리엇은 1925년에 발표한 시 <텅 빈 사람들>의 첫 머리에 《어둠의 심연》의 명대사 "커츠 주인님이 죽었다(Mistah Kurtz-he dead)."를 인용해 썼다.
참고자료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365>
2024.09.19 - [교양수업365] - [1일 1페이지, 교양수업365]036 역사_로제타석
2024.09.18 - [교양수업365] - [1일 1페이지 교양수업365]035 종교_사라
2024.09.17 - [교양수업365] - [1일 1페이지, 교양수업365]034 철학_플라톤의 동굴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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