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유아발달_사물의 영속성 이해
돌에서 두 돌까지의 기간 동안 아이들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아. 사물의 영속성에 대한 개념은 아이의 발달에 무척 중요한데 엄마가 안 보여도 어딘가 있다고 생각해야 엄마가 안 보이는 새로운 세계도 겁 없이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님 안녕
「달님 안녕」은 반가운 달님이 떴는데 구름에 가려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온다는 간단한 이야기 구조입니다. 세 가지 색으로만 구성한 단순한 그림에도 불구하고 6개월부터 세 돌까지의 아이들이라면 지속적으로 이 책을 찾습니다. 돌에서 두 돌까지의 아이들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물체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그냥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네를 태울 때 앞으로 나아가면서 건너편의 엄마가 보이면 아이는 웃고, 뒤로 가면서 엄마가 안 보이면 얼굴을 찡그릴 정도입니다.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잠시 안 보이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출생 후 2년이라는 사물의 영속성에 대한 개념이 생깁니다.
이 그림책에서 유일하게 달님이 나오지 않는 장면입니다. 구름이 달을 가린 순간, 아이들은 두려움에 빠지고, 아래에 있는 고양이들은 사납게 울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이 장면을 처음 보면 울지도 모릅니다. 어떤 아이는 빨리 넘기라고 엄마의 손을 흔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름에 가려도 저 멀리 달무리를 통해 달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바로 다음 장면을 펼치면 다시 달이 나옵니다. 이때 엄마는 아이에게 말해줍니다. "잠시 보이지 않아도 달은 그 자리에 있어, 엄마도 잠시 안 보여도 늘 네 곁에 있잖아."
여기에 한 가지 더, 달님은 아기들에게 엄마를 의미합니다. 「달님 안녕」에서는 아이들의 연상을 쉽게 유도하기 위해 달님에 얼굴까지 그려 넣었습니다. 그러나 굳이 얼굴을 그리지 않더라도 아이는 보름달에서 엄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젖을 먹고 자라야 하는 포유류는 엄마의 가슴을 쉽게 찾고 적절한 집착을 보이기 위해 유아기에 동그라미 모양을 자연적으로 선호합니다. 모유가 가득 찬 가슴은 아이의 눈에 동그랗게 보이기 대문에 6개월이 안 된 아이들도 동그라미를 좋아하고 동그라미에서 엄마를 느낍니다.
아가들은 엄마를 얼굴보다는 우선 가슴으로 느낀다.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아기 고양이는 보름달을 보고 우유 접시를 더올리며 맛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커다란 우유 접시인 달에 닿으려고 펄쩍 뛰어 오르기도 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기도 한다. 마침내 연못에 비친 달을 보고 풍덩 뛰어들었지만 우유는 없고 온몸이 물에 젖기만 하였다. 결국 슬프고 지쳐서 집에 돌아오는데 집에는 아기 고양이의 동그란 우유 접시에 우유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아이는 이 그림책의 아기 고양이처럼 혼자서 탐색하고 자기만의 모험을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하고 돌아오더라도 따뜻하고 푸짐하게 준비된 우유가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만약 마지막 장면이 없다면 어땠을까? 아이는 더 이상 모험하기가 두려워졌을 것이다. 반대로 마지막에 엄마 고양이가 나온다면 어땠을까? 이제 막 모험을 마치고 온 아기 고양이는 실패를 창피하게 여기거나, 좀 더 엄마에게 의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엄마를 생략함으로써 아기 고양이가 발달 과정에서 뒤로 물러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가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 글은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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