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두려움이 많은 아이
블랙 독_레비 핀폴드
두려움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 부모님은 난감하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말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쯤은 부모들도 쉽게 안다. 그런 말은 아이의 기만 더 죽일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둘 수도 없다. 그런 부모에게 나는 아이와 어둠에 대한 그림책을 함께 읽어 보라고 권하곤 한다. 가장 어두운 것 뒤에 가장 빛나는 것이 있고, 두려움은 피할수록 커진다는 것을 그저 담담하게 보여주라고 권한다. 용기를 내라고 말하기보다는 안정된 부모, 흔들림이 적은 부모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런다고 모든 아이가 용기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몇은 첫발을 뗀다. 그 첫발이 중요하다. 첫발을 떼고 앞으로 나섰다면 그때는 격려가 필요하다. "우리 아들 파이팅! 이제 검은 개가 점점 작아질 거야."

눈 쌓인 시골 풍경 속에서 거대한 검은 개가 쫓아온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 개를 앞질러 나간다. 두려움 앞에서 당당한 아이의 모습, 그리고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의 실체를 작가는 말이 필요 없는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편의 멋진 유화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아이들 역시 그것을 느끼는지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의 몰입도가 대단하다. 제대로 그린 장면 하나가 아이들을 얼마나 강한 힘으로 몰입시키는지 이 그림책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두려움이란 자기 내면의 것이기에 두려워하는 마음이 두려움을 더욱 크게 만든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자기감정의 일부로 인정할 때 오히려 마음의 평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두려움에 대한 멋진 우화다. 유화로 그려진 이 아름다운 작품은 분명 그림책의 고전이 될 텐데, 주제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어느 날 집 앞에 검은 개가 나타난다. 정체 모를 검은 개에 온 가족이 두려움을 느낀다. 아빠도 엄마도 형도 누나도 검은 개가 두렵다. 그런데 그 두려움을 느낄수록 점점 검은 개가 커지는 것이 아닌가?
두려움은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면 우리는 그것을 피한다. 피하면서 피하는 이유를 댄다. 이유가 있다 보니 이제는 피하지 않을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피하다 보니 점점 마주칠 자신이 없어진다. 어떤 일이든 잘 해내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경험이 필요하고, 힘든 일일수록 더 많은 겸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지 않으니 두려움을 떨치기란 점점 불가능해진다....
지식은 우리를 여러 두려움에서 해방시켰지만 지식이 만들어내는 두려움도 있다. 모를 때는 겁 없이 달려들 수 있었는데, 조금 아니까 더 달려들기 어렵다. 지식을 이용해 핑계를 만들고 달려들지 못하는 자신을 열심히 합리화한다. 이럴 때 두려움은 검은 개가 머지듯 점점 자란다. 검은 개는 이제 나무보다 더 커지고 이층 집보다 더 커진다. 형과 누나, 엄마와 아빠의 두려움이 만든 결과다. 더 살아 본 경험이 오히려 두려움을 키운다.
육아로 힘든 부모님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글은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블랙 독 | 레비 핀폴드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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