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말썽꾸러기 아이
안 돼, 데이빗!_데이비드 섀넌
하루에도 아이들은 수십 번 말썽을 부린다. 《안 돼, 데이빗!》의 주인공 데이빗도 마찬가지다. 이 그림책은 표지부터 상징적이다. 데이빗은 읽으라고 있는 책을 밟고 올라선다. 그리고 탁자 위의 어항을 잡으려 한다. 딛고 선 책은 흔들리고 곧 탁자도 흔들릴 것이다. 어항은 떨어져 깨질 것이고 금붕어는 바닥에 나뒹굴 것이다. 그것을 예감한 듯 금붕어들은 간절한 표정으로 데이빗을 보고 있다. 이 순간 "안 돼!" 하고 소리 지르지 않을 부모는 없다. 그리고 그 위에 제목이 쓰여 있다. "안 돼, 데이빗!" 작가는 이처럼 영리하게 제목을 각인시키며 책장을 넘기게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저 데이빗의 하루 일과다. 데이빗은 찬장 위의 쿠키를 꺼내려고 의자를 타고 오르고, 더러운 흙이 묻은 채 양탄자 위를 걸어 다닌다. 목욕을 시켜 놓으니 벌거벗고 집 밖으로 뛰어나가고, 엄마가 요리를 하자 프라이팬을 국자로 치며 장난을 친다. 음식을 갖고 장난치고, 어서 먹으라고 하자 한꺼번에 음식을 입에 쑤셔 넣는다. 정리라는 말은 모른다를 듯이 장난감으로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침대 위를 뛰어다니더니 집 안에서 야구를 하다가 화분을 깨뜨린다. 결국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벌을 서고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엄마는 데이빗을 안아준다. "얘야, 이리 오렴. 그래, 데이빗. 엄마는 널 가장 사랑한단다." 데이빗도 눈을 감고 엄마를 꼭 안는다.
결국 육아란 버티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수많은 조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을 버텨 내는 것이다.
남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 장면에서 한숨을 푹 쉴 수밖에 없다. 눈물도 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이해도 가지만 그래도 미칠 지경의 심정. 그것이 육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부모는 먼저 천방지축 아이의 모습에 공감한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너무 다그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그럼에도 나 역시 아이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아이들은 데이빗의 말썽에 신나 하면서도 자신은 데이빗만큼은 아니라며 뿌듯해한다. "엄마, 난 저러지 않지? 응?" 아이의 말에 "그래, 우리 아이가 훨씬 낫지." 하며 엄마는 아이를 꼭 끌어안게 된다. 이것이 이 그림책의 매력 포인트다. 아이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다른 아이의 모습을 통해 교육의 기회를 만들고, 함께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육아로 힘든 부노님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글은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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