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헤아릴 줄 아는 아이는 떼를 쓰지 않는다
나는 폭풍이 두렵지 않다.
나의 배로 항해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헬렌 켈러
최선을 다해 공부했지만 원하는 시험 성적을 받지 못한 아이가 실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저는 공부에 재능이 없나봐요."
그럼 부모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이도 부모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이 연하게 화장을 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지인들에게 칭찬을 기대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공부에 재능이 없다'며 속 없는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힘이 될 격려와 응원을 기대한다.
"다음에는 아마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거야."
"이 정도 성적도 대단한 거야. 나는 언제나 네가 자랑스러워."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낮춰서 표현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엄마, 아빠가 저를 좀 높여주세요!'
서툰 지적은 아이를 망치지만
현명한 감정 표현은 아이의 재능을 꽃피운다.
아이는 종종 혼자만의 힘으로는 올라갈 수 없는 거대한 산을 만난다. 그럴 때는 멋진 감정 표현으로 아이가 스스로 산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마치 눈가에 핀 자글자글한 주름을 보고도 '와, 더 젊어졌구나!'라고 말해주는 친구의 말에 우리가 다시 힘을 내고 사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다시 힘을 낼 근거와 계속 살아갈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뭐든 해낼 수 있다.
병원 소아과에 가면 주사를 거부하며 떼를 쓰는 아이와 제발 얌전히 주사를 맞으라고 닦달하는 부모가 가득하다.
"다음에 맞을래요! 집에 돌아가요. 네?"
"우리가 지금 얼마나 기다렸는데 집에 돌아가!"
아이는 악을 쓰며 버티고, 부모는 화를 내며 아이를 다그친다.....
그런데 하루는 병원에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주사를 처음 맞는 아이였는데, 그 아이는 참 신기하게도 단 한 번의 떼도 쓰지 않고 부모와 짧은 대화를 통해 바로 주사를 맞았다. 비결은 대화에 있었다.
"주사 맞으면 너무 아플 것 같아요. 정말 그래요?"
아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묻자 부모는 이렇게 질문했다.
"너, 어제 자전거 타다가 넘어졌잖아. 그때 얼마나 아팠어?"
그러자 아이는 당당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그 정도야 참을 수 있죠. 자전거 잘 타려면 몇 번 넘어져야 하잖아요."
부모가 대화를 이렇게 정리했다.
"자전거 넘어졌을 때 느끼는 아픔이랑 주사 맞아서 느끼는 아픔의 크기는 비슷해. 나도 겪어봐서 알거든. 그리고 네가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서는 몇 번 넘어져야 하는 것처럼, 주사도 네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꼭 맞아야 하는 거야."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주사를 맞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이 입장에서 보면 부모가 자신에게 떼를 쓰는 것이다. 떼를 쓰는 아이에게는 떼를 쓰는 부모가 있다. 부모가 상황을 제대로 읽어내야 아이가 그 상황 속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의미를 아는 아이는 떼를 쓰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이라는 무기를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상황에 어울리는 적절한 표현으로 아이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언제나 아래의 문장을 기억하며 일상을 보내자.
버리고 싶은 슬픔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면
아이는 분노를 잠재울 수 있고,
갖고 싶은 기쁨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면
아이는 분노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이 글은 《하루 한 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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