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공부를 완성하는 10가지 지침
"시간을 어느 정도 투자하면 인문학을 배울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 '그걸 어떻게 배워?'라는 의구심이 들지도 모른다. 정답이다. 그것들은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긴 시간 동안 인문고전을 읽었지만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다. 인문학은 배우는 게 아니라 실천하며 쌓아가는 것이다. 어느 정도를 투자해야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인문학에 접근하면 공부는 영영 끝나지 않는다. 배우려는 마음을 버리고 그렇게 살 작정을 해야 비로소 공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인문학을 배우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면,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인문학은 어렵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계가 없어 아무리 쌓아도 충분하지 않다.
제임스 밀은 인문학 공부를 하며, 다음 열 가지 지침을 삶에서 실천했다.
1.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이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수많은 천재가 자기 재능이 타고 난 거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하지만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건 의도적인 접근으론 불가능하다. 부모가 자기 안에 아이를 향한 사랑을 가득 담고 있어야 한다.
2. 공부는 공부하는 사람이 주도하게 한다.
'그 공부가 무엇에 유익한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왜 배우는지 아는 사람은 배움의 속도와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배우는 데 익숙하지 않다면, 매일 따로 시간을 내어 함께 산책을 해보라. 그리고 자연스럽게 배움이 우리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며,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3. 서둘지 말고, 때를 기다린다.
자녀 교육이 잘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부모가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밀은 아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나서 스스로 배운 것을 이해하게 홀로 생각할 시간을 최대한 제공했다.
- 가르치려는 학문과 관련된 책을 주며 이해할 때까지 읽게 했다.
- 단순하게 내용만 보는 게 아니라, 저자의 뜻을 완전히 파악하게 했다.
- 징의응답을 통해 아들이 얼마나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철저하게 점검했다.
- 마지막에 아들에게 "네가 선생님이 되어 나에게 배운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며, 지식을 완벽하게 자기 언어로 바꿔서 저장했는지 확인했다.
그가 이 모든 기준을 마무리 하는 기준은 시간이 아니라 '아들이 완벽하게 그것을 이해했는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때였다.
4. 공부의 시작은 겸손이다.
배움에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차리는 게 핵심이다. 세상에 널린 그 모든 것을 다 배울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차례대로 배워야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식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깨우쳐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것을 알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것은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식의 경중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겸손'이라는 덕목을 실천해야 한다. 겸손한 사람은 언제나 차분하게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5. 부모가 직접 숙제를 낸다.
모든 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부모는 학교나 학원에서 아이게게 조금 더 숙제를 많이 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편안하게 아이를 볼 수 있고, 아이가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가 내주는 숙제보다 귀한 숙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맞는 숙제가 아닌, 오늘 지금 이 순간 내 아이에게 닥 맞는 숙제를 내주는 게 중요하다.
6. 배운 것을 나누게 한다.
배움의 끝은 나눔이다. 그 이유는 그저 나누는 게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배움은 내가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내가 배운 것을 남에게 이해시킬 수 없다면, 그건 배운 게 아니라 외운 거다. 배움과 배운 것을 나눈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다가와 끝없이 속삭이는 것은, 그가 방금 무언가를 배웠다는 증거다. 아는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 가진 기본 욕구 중 하나다. 아이가 어리다고 무언가를 가르치기에 아직 부족하다고 단정하지 마라. 일단 아이를 믿고 시작해 보라.
7. 아이가 좋아서 하는 일은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다.
제임스 밀의 아들 존 스튜어트 밀에게는 8살 때부터 즐겼던 역사 저술이라는 취미가 있었다. 제임스 밀은 아들의 취미를 존중해 아들이 쓴 것을 한 번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보통의 부모는 자녀가 쓴 작은 메모와 일기보차도 검사하려 든다. 자녀교육에 치밀했던 제임스 밀을 왜 아들의 글은 읽지 않은 걸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누구의 신경도 쓰지 않고 자유롭게 집필하기를 바랐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비판에 주눅 들지 않고 아는 것을 자기의 논리대로 써나가길 원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게 놔둔 것이다. 아이가 쓴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것은 주입식 교육이 된다. 아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 그것을 실천하고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게 그냥 두어라.
8. 공부의 목적을 바로 잡는다.
인문학 공부는 끝이 없는 항해다. 올바른 목적이 없는 사람은 그 항해를 무사히 마치기 힘들다. "공부의 목적이 바르지 않으면 과정도 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 제임스 밀은 무려 10년 동안 모든 정성을 들여 쓴 《영국령 인도사》의 집필 과정과 목적 역시 그의 가르침을 증명한다. 그는 방황하는 청년에게 도움을 주고, 인도에 있는 관리에게 그들의 임무를 조금 더 완벽하게 이해시키겠다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돈을 벌기 위한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충분히 쓸 수 있었다. 게다가 그런 책의 집필은 10년이라는 긴 기간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 존 스튜어트 밀은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부모가 자녀에게 그들이 추구해야 할 것을 자기의 삶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분명한 교육은 없다.
9. 왜곡된 것을 분별할 안목을 가지게 한다.
독서 목록만으로 누군가에게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감을 준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비슷한 책만 읽다 보면 언제나 비슷한 생각만 하다가 삶을 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른 길을 볼 수 없으니 자신도 모르게 세상과 사람에게 속고, 왜곡된 것을 제대로 분별할 수도 없다. 제임스 밀은 아들에게 언제나 다양한 책을 권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관점을 모두 포용할 수 있게 교육했다.
10. '지적 클래스'에 변화를 주는 생각법을 교육에 적용한다.
모든 일에는 단계라는 게 있다. 나는 그것을 '클래스'라 부른다. 같은 클래스의 사람끼리 있으면 그게 전부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자신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을 만나면, 세상에는 정말 고수가 많음을 알게 된다. 그게 바로 클래스의 힘이다. 수준이 다른 클래스로 성장하고 싶다면, 본인에게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일을 해내야만 한다. 아이가 읽는 책을 고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보통은 나이에 맞게 책을 읽히는데, 존 스튜어트 밀의 아버지는 '그런 독서로는 다른 클래스로의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책을 읽어야만 아이가 자기의 한계와 싸우며 그 간극을 창의력으로 매울 힘을 가지게 된다. 한계에 봉착해야 우리는 비로소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위의 열 가지 지침을 삶에서 실천하며 인문학 공부를 하면, 전혀 다른 의식 수준에 이르게 된다. 다른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에서, 전혀 다른 것을 원하고 창조하게 된다. 사실 이 열가지 지침은 실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그것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이토록 사랑과 마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마음 자세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무작정 무언가를 얻으려 하면 시간만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나중에는 옷 디자인 자체가 망가지는 것처럼, 설정한 목표 자체가 망가지고 전혀 다른 것을 추구하게 된다.
'답은 하나다. 오직 아이만 생각하라.'
이 글은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부모 인문학 수업》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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