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생각에 시동을 거는 일상의 질문법
물어보는 사람은 5분 동안만 바보가 된다.
묻지 않는 사람은 영원한 바보가 된다.
-중국 속담
질문이 아이에게 힘이 되려면 일상에서 숨을 쉬 듯 반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동차는 어떻게 움직여요?"
"하늘은 왜 파란색이에요?"
이런 근원적인 질문이 거대한 혁신을 이끄는 씨앗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며 질문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정답을 찾는 일상에만 빠져 살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틈틈이 질문을 던지긴 한다. 하지만 그 질문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질문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정답을 듣기 위해 던지는 쓸모없는 질문일 뿐이다. 애초에 질문의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에게 "선생님께 무엇을 질문했니?"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라고 묻는다. 이런 질문은 아이의 생각을 깨우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자꾸 시동을 걸지 않으면 망가진다. 생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일상의 질문법을 실천하며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자.
세상에 사소한 질문은 없다
"부모는 왜 자식을 사랑하는가?" 이런 질문은 사실 식상하거나 답이 뻔히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혁신은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가장 익숙하게 느껴지는 질문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생명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바이블로 통하는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인데, 이 위대한 책의 시작은 "부모는 왜 자식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 박사는 인간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넘기는 '살아 있는 기계'일뿐이라고 주장했다.
즉,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이유는 인간의 유전자가 자식을 보살피고 아끼도록 처음부터 설계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시대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아직까지도 학계에 중심 이론으로 자기 잡고 있는 이 주장이 우리가 평소에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한 질문에서 시작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익숙하고 평범한 질문일수록 답은 오히려 새로워질 수 있다. 이 점을 기억하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사소한 질문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게 하자
"죽음이란 무엇일까?"라고 아이에게 질문하면 뭐라고 답할까?
"심장이 멈추는 거죠."
"에이, 뭐 그런 질문이 있어요?"
오히려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답하기 애매한 질문이 참 많다. 그러나 질문이야말로 아이의 생각을 깨울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했을까?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는 시적인 답을 내놨다.
아인슈타인의 창조성은 같은 단어와 사물이라도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힘에서 나온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 다른 생각만이 우리의 삶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질문의 대상이 죽음이라고 해서 꼭 과학적으로 답할 필요는 없다. 아이에게 약간의 힌트를 주는 것도 좋다.
"평소 네가 좋아하는 거랑
비교하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죽는다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더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을까?"
이런 식으로 아이가 상상력을 발휘해 받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의 길목을 열어주면 생각을 더 쉽게 깨울 수 있다.
모든 사물에 물음표를 달자
이 모든 것이 일상에서 당연하게 이루어지려면 부모와 아이 눈에 보이는 모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봐야 한다. 모래와 아파트, 학원과 편의점, 놀이터와 분수대... 이 모든 것이 아이의 생각에 시동을 거는 재료가 될 수 있다. 물음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
"모래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을 뭘까?"
"아파트는 저렇게 같은 자리에
오래 서 있으면 허리가 아프지 않을까?"
"비가 너무 오래 내리지 않으면
우산이 허리를 못 펴지 않을까?"
때론 대상에 생명을 부여하기도 하고, 때론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도 하며 모든 사물에 물음표를 다는 일상을 보내야 아이의 생각을 자극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스스로 생각을 깨운 아이의 오늘은 그렇지 않았던 어제와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부모의 생각이 곧 아이가 맞이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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