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질문 습관
"우리 아이는 제 말을 안 들어요."
"어떤 방법으로 아이 행동을 바꿀 수 있나요?"
아이의 행동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고, 만화책보다는 글이 많은 책을 읽히고 싶고, 식당에서 차분하게 식사를 즐기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이런 일들이 왜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답은 역시 부모의 말에 있다. 아이의 행동에 변화를 요구했던 지난 말들을 다시 떠올려보자. 아마 이런 식의 표현이지 않았을까.
"게임 그만하고 책 읽자."
"하루에 2시간 이상 공부하라고 했지!"
"식당에서는 자리에 앉아서 조용하게 식사하자."
별생각 없이 읽으면 특별하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런 문제가 있다. 게임하는 아이를 독서하는 아이로, 노는 아이를 공부하는 아이로, 떠드는 아이를 조용한 아이로 바꾸려고 했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바꾸려고 하면 반발이 생기고 대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강요와 힘으로 이루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설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는 설득이 아닌 강요로 느낄 뿐이다. 설득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세상에 설득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설득하려는 마음을 버리자. 그 대신 새로운 생각의 틀을 만들어주자.
학습만화만 읽던 아이를 그림이 거의 없고 글이 위주인 책을 읽게 하는 과정을 예시로 삼아 '생각의 틀을 바꾸는 방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하나, 아이와 의논해서 함께 '틀'을 만들자
부모가 원하는 책은 그림이 적고 글이 가득한 책이다. 하지만 그림책만 보던 아이, 학습만화만 보던 아이는 웬만해선 그림을 끊기 힘들다. 그럴 땐 서점에 가서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자. 이렇게 하나의 '틀'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글이 많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마음과 '그래도 그림이 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마음이 적절히 반영된 책을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해서 자유와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자.
둘, 아이와 '틀' 안에서 함께 지내자
이제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이런 생각의 틀이 생겼다. '일고 싶으면서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책을 읽자.' 이제부터 중요한 건 부모의 삶이다. 아이의 일상을 바꾸려면 부모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 나는 학습만화는 드라마와 같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계속 만화의 다음 시리즈를 사달라고 조르는 마음과 부모가 드라마 다음 편 예고를 보며 '드라마는 늘 중요한 장면에서 끝나네.' 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아이를 변화시키려면 부모도 응당 자신의 일상을 바꿔야 한다. 평소 즐겨보던 드라마 시청을 줄이고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다큐멘터리 같은 지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시청해 보면 어떨까?
셋, 이제 '틀' 안에서 아이 혼자 지낼 수 있게 하자
경국엔 아이가 혼자 자기 틀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옆에 있지 않아도 스스로 그 틀에서 생각을 움직여야 진실로 행동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다. 학습만화에 중독된 아이가 거기에서 빠져나와 글로 가득한 책에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기간은 최대 2개월이다. 이 기간은 방금 제시한 두 번째 단계에서 부모의 '실천'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 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부모가 스스로 바뀐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면 아이의 행동도 빠르게 변할 것이다.
만화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드라마도 나쁜 것은 아니니까. 중요한 건 무언가에 '중독'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다면 만화를 읽어도 괜찮지만 아이들은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아이의 일상을 지켜줄 튼튼한 생각의 틀을 함께 만든 뒤, 아이가 그 안에서 새로운 행동을 실천하며 중독에서 자유를 얻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중독에 대한 내성이 강한 아이일수록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고, 빠르게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든 생각의 틀은 부모가 곁에 없어도 아이 인생을 든든히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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