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독서법
세상에는 참 책이 많다. 아이를 위한 책은 더 그렇다.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 책이 쏟아지고 있어서 매번 읽어야 할 책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부모는 그 수많은 책 속에서 늘 방황한다. 방황의 끝에서 부모들은 항상 똑같은 선택을 한다. 주변에서 좋다고 추천하거나 기관에서 선정한 필독서를 구입해 살며시 아이 책상에 올려둔다. 그러나 순서와 방법이 모두 틀렸다. 독서로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먼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나는 왜 아이가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랄까?"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독서는 좋은 것이고, 독서를 통해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가 더 다양한 생각을 하며 살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결코 많은 독서가 많은 생각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많은 생각이 좋은 생각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다독은 생각을 창조하는 일과 전혀 상관이 없다. 자신만의 언어 능력을 깨우지 못한 채 억지로 시작한 독서는 삶에 별 영향을 줄 수 없다.
세상이 추천하는 책을 아무리 읽혀도 아이의 일상이 변하지 않으면, 또는 아이의 읽고 쓰고 말하는 언어 능력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지금부터 제시하는 인문학 대가들의 다섯 가지 독서법을 아이에게 적용해 보자. 분명 아이가 구사하는 언어의 결이 확 달라질 것이다.
하나, 다독의 욕심을 버려라
먼저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아무 생각 없이 읽는 백 권의 책보다 충분히 이해하며 읽은 한 권의 액이 아이의 언어 능력을 훨씬 더 크게 자극한다. 아이에게는 이미 언어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 그것을 사용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부모가 차분해져야 아이가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을 사는데만 열을 올리지 말고,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아이가 충분히 꼭꼭 씹어 먹는 데 집중하자.
둘, 한달에 한 권이 좋다
1개월 동안 책 한 권을 읽히는 일은 매우 지루한 반복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새로운 생각은 평범한 일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 시작은 질문에 있다. 같은 책을 아이가 매일 반복해서 읽게 하자. 읽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하루 5분이라도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행위 자체가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매일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지루해진 아이는 결국 지루함을 이길 최선의 방법을 자기 안에서 찾아낸다. 바로 질문이다. 한 달간 30개의 새로운 질문을 떠올리면서 읽다 보면, 비록 똑같은 책일지라도 한 달 내내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치게 된다.
셋, 매번 다르게 읽게 하자
질문을 통해 아이는 '한 달 한 권 읽기'의 재미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더 넓게 퍼지기 위해서는 다른 시각이 하나 더 필요하다. 모든 책에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수많은 조연이 있다. 가령 총 10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책이라면 매일 다른 사람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읽게 하자. 이를 통해서 아이는 매번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언제나 아는 만큼 세상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 능력도 마찬가지다. 세상과 그 안에 속한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아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종류도 다채로워진다.
넷, 경험으로 남겨야 한다
언제나 우리는 발견한 것을 어떤 형태로든 현실에 남겨야 한다. 모든 영감은 우리의 머릿속에 호시탐탐 사라질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아이가 매일 다르게 책을 읽는다고 해도 그걸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아이의 내면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딱 한 줄이면 된다. 매일 독서한 느낌을 한 줄의 기록으로 남기게 하자. 긴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오히려 그걸 짧게 압축하는 데는 평균 이상의 언어 능력이 필요하다.
다섯, 책 속 지식을 아이의 것으로 만들어주자
'모든 등장인물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읽기'를 마쳤다면 이제 아이와 함께 '네 쪽 그림'을 그리자. 종이와 풀로 간단하게 네 쪽짜리 노트를 만든 뒤, 책을 읽은 감상을 네 개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글쓰기는 멀고 어렵지만 그리기는 가깝고 쉽다. 책을 읽은 느낌을 그림으로 먼저 그리게 하고, 그림을 완성하면 만화처럼 옆에 말풍선을 넣고 대사를 직접 쓰게 해 보자. 스스로 책을 만들었다는 뿌듯한 마음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것이다.
여섯, 한 폭의 풍경화로 남아라
모든 배움은 아이의 머릿속에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죄는 게 가장 좋다. 독서의 순간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존재하는 가장 근사한 풍경화가 되려면 아이가 직접 만든 책을 함께 읽으며 질문과 답을 반복하는 게 좋다. "여기에서 왜 하늘을 검게 그렸니?"라는 구체적인 질문 보다는 "이 그림에서 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어디니?"라는 식으로 아이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풍경화가 될 것이다.
모든 독서는 정답고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다. 무언가를 익히고 배우는 과정은 억압이나 주입이 아닌, 따뜻한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많이' 읽는 게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남들보다 적게 읽더라도 아이의 잠자는 언어 능력을 깨워 생각을 자극하는 게 핵심이다. '한 달 한 권 일기'로 이 여섯 과정을 반복한다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며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를 것이다.
이 글은 《하루 한 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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