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관찰법
여기 세 사람이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다투고 있다. 식탁이 하나 있는데 네 개의 다리 중 유독 하나가 짧아서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세 사람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첫 번째 사람: "식탁을 하나 새로 사죠. 이렇게 흔들리니 불편해서 밥이나 제대로 먹겠어요? 아이들도 이런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 별로 안 좋아한다고요."
두 번째 사람: "그거 조금 기울어졌다고 식탁을 사면 너무 낭비죠. 고쳐서 쓰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얼마든지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세 번째 사람: "식탁을 사라고요? 그리고 수리요? 이 식탁은 아무나 와서 고칠 수 있는 식탁이 아니에요. 그 수리비는 누가 내죠? 게다가 저는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아이가 불안한 마음을 가질 거라고요? 아니요. 아이는 흔들리는 식탁에서 오히려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식사하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겁니다."
사실 누구의 말이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각자 상황이 다르고 추구하는 사람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주입하려고 한다. '오직 내 의견만 진실이고 너는 거짓을 말하고 있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정답과 오답만 구분하려들지 말고, 생각의 차이를 느껴야 한다.
자연을 관찰하면 나이가 몇 살이든 아이들은
자신을 유혹하는 하찮은 것에 흥미를 덜 느끼게 되고,
정신의 양식을 쌓을 수 있어 감정의 기복도 줄게 된다.
-《루소의 식물사랑》에서-
루소가 자연에서 발견한 6가지 일상의 관찰법
하나, 일상의 자연에서 시작하자
일단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자. 자연에서 꼭 대단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연연할 필요는 없다. 우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이름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하자. 아이들은 생김새가 서로 다른 식물들을 비교해 가며 지식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둘, 이름에 연연하지 말자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아이들과 자연을 관찰하는 이유는 누구나 다 아는 지식을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 각종 식물의 이름은 그저 인간이 간편하게 식물을 기억하고 호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붙인 이름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아이에게 식물의 이름을 외우게 하지 말고, 이름이 아닌 자기만의 느낌으로 기억하게 하자.
셋, 더 이해할 때까지 더 기다리자
만약 자연을 관찰하려는 시점이 여름이나 가을이라면 당장 시작하지 말고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 이는 매우 중요하다. 진정으로 자연을 이해하려면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순리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봄은 자연의 출발점이다. 봄이 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야만 우리는 자연과 함께 시작할 수 있다. 더 기다릴 마음이 있어야 더 이해할 수 있으며, 더 이해할 의지가 있어야 더 다양한 시선을 자기 안에 담을 수 있다. 당장 얻겠다는 마음은 버리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마음으로 기다리자.
넷, 섬세하게 다가가 미세한 차이를 보자
이제 본격적인 관찰이다. 백합에는 다른 꽃은 모두 지니고 있는 꽃받침이 없다. 다섯 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꽃받침은 꽃이 피기까지 꽃자루를 지탱하며 꽃부리를 감싸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서양부추, 양파, 마늘 등 모든 백합과 식물에는 이 꽃받침이 없고 이 과에 속하는 모든 식물의 줄기는 가늘고 단순하며 통잎을 하고 있어서 가지가 거의 없다. 백합이나 장미나 겉만 보면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가까이서 관찰하면 구조가 전혀 다르다. 이러한 미세한 관찰을 통해 아이는 분명 세상의 폭넓은 다양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섯, 지식이 아닌 깊은 시선의 힘을 얻어내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자연을 관찰하고 비로소 그 행위에 익숙해지면 이제 아이는 한 그루의 식물을 주의 깊게 규칙적으로 조사할 것이다. 그러면 그 식물이 백합과에 속하는지, 청미래덩굴과에 속하는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것을 판단하는 눈은 식물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생기는 것이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식의 판단은 더 이상 단순한 기억의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대상의 이름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에 접근할 때 아이는 암기가 아닌 연구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으며, 지식이 아닌 지혜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다. 아이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며 스스로 세상을 깨닫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여섯, 방치와 개입을 구분하자
자연을 관찰할 때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고 시작하지 말자. 당신이 자연의 세계에 정통하더라도 모든 답을 일일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 단지 아이의 나이와 수준에 어울리는 무언가가 내면에 조금씩 저절로 싹이 틀 수 있도록 놔두자.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가 저절로 알게 되도록 안내만 해준다고 생각하자. 방치와 개입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건 아이 혼자 관찰하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부모의 오만이다. 세상에 어려운 자연은 없다. 단지 더 기다리지 않고, 더 다가가지 못한 자연만 있을 뿐이다. 기다리고 다가가자. 그게 자연을 관찰하려는 자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이며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부모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이다.
이 글은《하루 한 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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