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징_곰
아이들에게 곰은 특별한 동물이다 실제의 곰은 쉽게 볼 수 없고 사나운 맹수에 가깝지만 아이에게 곰은 꼭 안아 주고 싶고, 폭 안기고도 싶은 친숙한 동물이다. 곰돌이 푸우, 테디 베어는 물론 뽀로로 시리즈의 포비까지 곰은 귀여우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이미지로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난 커다란 털북숭이 곰이다
커다란 털복숭이털북숭이 곰으로 변한 한스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거칠게 실행한다. 집을 나가도 학교 수업을 멈추게 한다. 거리의 차를 모두 멈춘 후 아이들의 놀이터로 만들고 멋진 스포츠카를 공짜로 구해 친구와 드라이브를 한다. 그렇다고 힘만 세고 못되기만 한 아이는 아니다. 친구를 챙기고, 곤경에 빠진 어른들을 도와주고, 여자 친구에겐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 여자 친구가 감탄한다. "우아, 넌 정말 커다란 털북숭이 곰이구나!" 여기서 던지는 한스의 대답이 이 그림책의 화룡점정이다. "하지만 난 한스기도 해."
아이가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때 아이의 이성도 발달한다.
곰은 아이의 내면에 들어 있는, 아이보다 더 큰 '감정'이다. 작은 아이라도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면 엄청난 힘이 터져 나온다. 아이의 눈물처럼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없다. 아이가 웃는 소리에 우리는 모두 녹아내린다. 이런 감정이 없어서야 아이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린 아이의 감정은 무시하고 얼른 이성을 발달시키라고 채근한다.
야노슈는 엄마가 입은 옷을 파란색으로 그렸다. 반면 곰으로 변한 한스가 들고 있는 의자는 빨간색이다. 파란색과 빨간색은 각각 이성과 감정을 의미한다. 주목할 부분은 자기감정을 실컷 표현한 한스가 고른 자동차는 파란색 자동차라는 것. 파란색 자동차를 타고 한스는 평화로운 들을 지나고, 사람들을 돕고, 친구를 챙긴다. 아이의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자.
아이의 마음에는 이처럼 양면성이 있다. 아이는 어리고 감정적이지만 그 감정이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는 그저 자기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을 뿐이다.
곰
어느 날 밤, 창을 넘어 들어온 거대한 백곰. 주인공 틸리의 눈에만 보이고, 틸리만 느낄 수 있는 곰이다. 거대한 몸체 때문에 우유를 마시려고 책상을 짚으면 책상이 넘어지고, 젖은 몸을 흔들면 사방을 물바다로 만든다.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보고, 야단치는 틸리의 말은 들은 체 만 체 제멋대로 행동한다. 틸리는 곰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바로 이 곰이 틸리 자신이다.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서툰 자신, 하지만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자신이 곰이다. 부모의 잔소리를 듣는 아이들은 속으로 이렇게 되뇐다. '내가 참고 있어서 그렇지, 나도 무서운 아이라고.'
틸리의 곰은 어느 순간 사라진다.
부모가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는 순간, 아이는 제멋대로인 곰으로 변한다.
사실 그 곰은 부모들에게는 원래부터 보이지 않았다. 부모에게는 매자 서투른 주제에 한번 야단맞으면 곰처럼 성질을 부리는 틸리가 있었을 뿐. 아이들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채근하며 성장한다. 침대에서 아이를 곰은 포근하게 안아준다. 그렇게 곡 안아주는 곰도 실은 아이의 한 부분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기 마음속의 곰을, 또 다른 마음속의 곰을 통해서 달래고 성장시킨다. 그러고 보면 곰은 아이의 내면에서 두 가지 얼굴을 모두 갖고 성장하는 아이 자신이다. 아이는 곧 곰을 떠나보낼 것이다. 마늘과 쑥의 시절을 보내고 나면 아이는 이제 곰의 털옷을 벗고 한 명의 독립된 인간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2024.12.24 - [책소개/아이] - [유아그림책-똥은 아이들의 소중한 분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강아지똥
[유아그림책-똥은 아이들의 소중한 분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강아지똥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징_똥아이들은 왜 '똥' 이야기만 해도 자지러질까? 아이들의 웃음을 빨리 자아내야 한다면 필살기가 있다. 동과 방귀와 같은 지저분
children422.tistory.com
2024.12.16 - [책소개/아이] - [유아그림책-시간과 변화 이해] 우리 엄마야, 바람이 멈출 때
[유아그림책-시간과 변화 이해] 우리 엄마야, 바람이 멈출 때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유아 발달_시간과 변화 이해아이는 모든 끝이 힘들다. 새롭게 다가올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것을 잘 이겨 낼 수 있을까 두렵다. 부모는 흔들리지 않는 부
children422.tistory.com
2024.12.14 - [책소개/아이] - [유아그림책-통념 비틀기와 주체성 확립] 종이 봉지 공주, 프레드릭, 라이카는 말했다
[유아그림책-통념 비틀기와 주체성 확립] 종이 봉지 공주, 프레드릭, 라이카는 말했다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유아 발달_통념 비틀기와 주체성 확립행복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재를 즐기고 삶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의 자세는
children422.tistory.com
'책소개 >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등문학] 세상의 욕망으로부터 당당한 나를 만나게 해 줄 은소홀 작가님의 <5번 레인> (32) | 2025.01.11 |
---|---|
[초등문학]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메시지, 이나영 작가의 <시간 가게> (51) | 2025.01.06 |
[유아그림책-똥은 아이들의 소중한 분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강아지똥 (57) | 2024.12.25 |
[유아그림책-시간과 변화 이해] 우리 엄마야, 바람이 멈출 때 (53) | 2024.12.19 |
[유아그림책-통념 비틀기와 주체성 확립] 종이 봉지 공주, 프레드릭, 라이카는 말했다 (59) | 2024.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