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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아이

[유아그림책-통념 비틀기와 주체성 확립] 종이 봉지 공주, 프레드릭, 라이카는 말했다

by 사랑반어린이 2024. 12. 16.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유아 발달_통념 비틀기와 주체성 확립

행복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재를 즐기고 삶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의 자세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성실이나 노력과 마찬가지로 행복해지려는 것, 삶을 즐기는 것 역시 오랫동안 익혀야 할 습관이고 능력이다.

 

종이 봉지 공주

종이 봉지 공주
종이-봉지-공주-로버트-먼치

용에게 왕자가 끌려간다. 공주는 왕자를 구하려고 길을 떠난다. 용을 만난 공주는 재치로 용을 제압한다. 한 번 불을 내뿜으면 50개의 마을을 태울 수 있고, 10초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용이지만 공주의 재치 있는 말로 용이 가진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다. 공주는 왕자를 구하게 되고, 예쁜 드레스는 용이 다 불태웠기에 길에서 주운 종이 봉지 한 장만이 공주가 걸친 전부이다.

종이 봉지 공주 내용
종이 봉지 공주 내용
종이 봉지 공주 내용

여자라면 가꿔야 한다는 말, 여자라면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말은 종이 봉지 공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종이 봉지 공주》는 전통적인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는다. 여성은 수동적이고 그 운명은 남자에게 달려있다. 이런 이야기에 요즘의 요자아이들이 만족하기는 어렵다. 이 책의 엘리자베스 공주는 영웅이다. 그런데 왕자는 공주에게 고마워하기보다 공주의 옷을 타박한다. 종이 봉지 공주는  그때서야 자신이 헛짓을 했다는 것을 느낀다.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 모르는 , 겉만 뻔지르르한 껍데기를 위해 자신이 위험을 무릅썼다는 것이 후회스럽다. 그래서 왕자를 버리고 떠난다. 이 책은 <신데렐라>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로 이어지는, 선택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여성성에 대한 거부다.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프레드릭

프레드릭
프레드릭-레오-리오니

 들쥐 프레드릭은 베짱이와 판박이다. 다른 들쥐들이 겨울을 대비해 먹을 것을 모으려 밤낮없이 일할 때 프레드릭은 햇살을 모으고, 색깔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음다. 겨울에 부족한 것이 식량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햇살도 없다. 자연은 무채색의 모습으로 우이를 우울하게 한다. 웅크리고 틀어박혀 있어야 하니 재미난 이야기도 금세 바닥이 나고 만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자 들쥐들은 동담 속 틈새에 숨어 들어가 여름철 내내 모았던 옥수수와 짚을 먹으며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곡식은 떨어져 가고 들쥐들은 힘을 잃고 우울해한다. 역시 겨울에 부족한 것이 식량만은 아니다. 프레드릭은 다른 들쥐들에게 자신이 여름내 모았던 햇살과 색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저 이야기일 뿐이지만 모두 살아 있다는 활기와 따뜻함을 느낀다. 프레드릭이 낭송하는 시를 들으며 들쥐들은 겨울의 추위와 외로움을 이겨 낸다.

프레드릭 내용
프레드릭 내용
프레드릭 내용

 
우리에게 꿈이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하고, 위안이 필요하다. 예술은 배부르니까 하는 것이 아니다.

 

삶에 여유가 있어서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쓸쓸함을 견뎌 내기 위해 예술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도 끊임없이 달릴 것을 요규하고, 미래를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시대에 이 책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먹을 곡식이 있다고 반드시 미래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현재를 즐기고 삶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어야 우리는 행복하다. 프레드릭과 다른 들쥐 식구들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내면에 함께 존재하며 균형을 이뤄야 할 두 가지 태도를 의미한다. 어쩌면 그 균형이야말로 현재는 물론 미래의 행복을 열어 줄 열쇠일 것이다.

 


 

라이카는 말했다

라이카는 말했다
라이카는-말했다-이민희

지구 밖으로 외롭게 날아간 라이카는 뿌그별에서 날아온 호라 1호의 외계인들을 만난다. 그리고 뿌그별에 가서 지구별의 대표로 환영을 받고 그들의 친구가 된다. 뿌그별은 희망의 노란색이다. 어떻게 강아지인 라이카가 뿌그별의 외계인과 말이 통할 수 있는지, 우주에는 진짜 뿌그인과 걱걱인, 뽀글인 등이 있는지 아이는 궁금해한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에서 외계인들은 우리를 만나러 온다. 아이들은 외계인이 무섭지 않다. 낯선 외부인이라면 늘 경계하는 것이 아이들이지만 뿌그별 외계인이라면 라이카와 친구이니 자기와도 이야기가 잘 통할 것이라 믿는다. 

 

현실에서 라이카는 지구에서 출발한지 7시간도 안 되어 스트레스와 과열을 견디지 못해 사망했지만 지금 당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인식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를 천만 관객이 보고, 저녁마다 텔레비전에서는 비현실적인 신데렐라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데도 굳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려 한다. 아지만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고,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믿지도 않는다. 잠시 불안을 위로하며 마음속의 타협을 찾을 뿐이다. 아이들도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그럼에도 꿈을 갖고 싶어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꿈을 갖게 도와줘야 한다. 

 

이 글은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에서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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